작성일 : 15-05-31 20:11
미황사 스님들 궁고치듯이 - 조상열(대동문화재단 회장)
 글쓴이 : 금강
조회 : 242  

미황사 스님들 궁고 치듯… 2008년 07월 22일 11시 02분
 
 조상열의 우리문화이야기

- 미황사




 해남 땅끝을 향해 가다 보면 이름난 석공이 잘 깎아 놓은 듯한 바위병풍이 늘어선 달마산이 보인다. 이 기암괴석의 줄기 아래에는 고색창연한 천년 고찰 미황사(美黃寺)가 자리하고 있다. 미황사는 한때 12개의 암자를 거느릴 만큼 큰 사찰로 번성했는데, 쇠락의 시기도 없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전쯤의 일이다. 절의 문답이 300두락이 넘을 만큼 부자 사찰이었던 미황사는 더 큰 중창불사를 일으키기 위해 힘을 쏟았는데, 스님들은 짬이 날 때마다 해안 지방을 돌며 궁고로 시주를 모으곤 했다. 궁고란 해남지방에서 농악을 이르는 말로 임진왜란 때 승병들이 전투를 하기 전에 진을 짜고 사기를 높이던 군악, 군고를 일컫는다. 스님들은 이를 12채 가락으로 정리하고 남사당패처럼 여러 곳을 돌며 순회공연을 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꽹과리를 치며 궁고를 지휘하는 스님이 어여쁜 여인에게 유혹을 받는 꿈을 꾼 것이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던 스님은 주지 스님에게 달려가 이번 공연은 쉬어야할 것 같다고 간곡히 청했다. 그러나 주지 스님은 “내가 있고 하늘이 알고 있는데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강행하라고 했다. 결국 스님들은 불길한 마음으로 궁고를 꾸려 완도 청산도로 떠났는데, 얼마 후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에 휩싸여 배는 파산되고 스님들은 모두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절에는 늙은 스님 몇 분만이 남아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궁고를 꾸릴 때 빌린 빚더미만 남아 미황사는 사세가 기울고 말았던 것이다.

 지금도 청산도 사람들은 미황사 스님들이 빠져 죽은 그 바다에서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날이면 궁고 치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미황사 아래 서정리 마을 사람들도 비바람 몰아치는 을씨년스런 날씨를 ‘미황사 스님들 궁고 치듯 한다’는 표현을 속담처럼 쓰고 있다. 오늘날 미황사 스님들의 12채 궁고는 송지면 산정리 마을에 전승되고 있다.

미황사에 전해오는 괘불 이야기도 매우 흥미롭다. 괘불이란 야외에서 법회를 열 때 내거는 걸개그림이자 의식용 그림이다.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이 괘불은 높이가 10여 m에 이르는 대작으로, 흔히 영험 있는 ‘하느님의 마누라’로 통한다.

미황사 괘불이 ‘하느님의 마누라’ 소리를 듣는 것은 가뭄에 내걸고 제사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내린다는 속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돼지를 잡아 사찰 주변에 피를 뿌리고 지극 정성으로 기우제를 모시면 하느님이 자신의 마누라 있는 곳이 너무 지저분해 보여 비를 몽땅 쏟아 씻어낸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992년 큰 가뭄이 들었을 때 미황사 괘불 봉안식이 행해졌는데, 어김없이 구름 사이로 빗줄기가 쏟아져 하느님 마누라의 신통력을 발휘했다. 지금도 가뭄에 열리는 기우제는 물론 해마다 열리는 괘불재에 인근 마을 주민들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룬다.




대동문화재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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