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04-24 06:24
네. 스님, 저 횡재했어요.
 글쓴이 : 자인행
조회 : 5,512  


"횡재하셨네요."

제가 스님께,
제가 살고있는 방문앞 자목련 수만송이가 얼마나 아름답게 피었는지를 열심히 설명하자,
스님께서 명쾌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횡재했다는 말씀이 저에게는 또 얼마나 크게 횡재한 느낌이었던지요.
그날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습니다.

한국에서는 11층 아파트에 살면서 베란다에 가꾸어 놓은 화분들로 만족하던 제가,
미국에 와서는  나무와 같은 높이에서 자고, 새들의 노래소리를 듣고,
나무를 열심히 오르내리는 청솔무랑 친구하며 지내게 되었습니다.

지난 여름 처음 이 집에 왔을 때는 무성한 잎을 달고 바로 거실의 유리문 1m 앞에 서있는 큰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몰랐습니다. 가을이 되었을 때 나무는 수없이 많은 작은 열매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꽃을 보지 못했으므로 열매라고 생각했지요.

작은 열매들은 겨울이 되어 모든 잎들이 떨어졌을 때도 나무에 매달려있었습니다. 눈을 맞고, 바람에 흔들리면서 겨울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봄이 되었습니다. 열매가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열매가 아니라 꽃봉오리였습니다.
자태가 고운 자목련이었습니다.

집앞의 수만송이 자목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요.
열심히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저는 그것이 횡재한 것인줄도 몰랐습니다. 다만 즐거웠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횡재한 것이었습니다.

정말 이런 횡재가 없습니다.
스님께서 제가 횡재한 것을 알게 해주셨어요.
고맙습니다. 스님.

지금은 이곳은 지천으로 피어나는 꽃들과 연두빛 나무잎들, 그리고 지금도 무어라고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는 것으로 저는 횡재하고 있습니다.

미황사에 계신 스님께서는 날마다 횡재하고 계시지요?

미국에서 자인행 합장.
* 목련꽃 뒤에 보이는 문의 1층에 삽니다. 남편도 흐뭇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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