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3-09 11:32
[봄이 시작되는 곳, 해남] 1. 달마산이품은 천년고찰, 미황사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175  

[봄이 시작되는 곳, 해남] ① 달마산이 품은 천년고찰, 미황사

송고시간2020-03-07 08:01

 
꽃봉오리를 터뜨린 매화 [사진/전수영 기자]

꽃봉오리를 터뜨린 매화 [사진/전수영 기자]

(해남=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소백산맥이 땅끝을 향해 뻗어 내려가다 남해에 이르기 전 솟은 바위산이 달마산이다. 기묘한 바위 능선이 다도해를 향해 길게 펼쳐져 있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남도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이 산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천년고찰 미황사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절의 모습에 감탄한 방문객들은 산을 등지고 돌아서면 펼쳐지는 다도해의 풍경에 또 한 번 탄성을 지르게 된다.

◇ 천년의 세월, 만불(萬佛) 기암괴석과 하나 되다

겨우내 기를 못 편 동장군이 뒤늦게 심술을 부린 입춘, 땅끝마을로 향했다.

서울에서 오전 9시 30분 SRT를 타고 목포까지 이동한 뒤 렌터카로 해남에 다다른 것은 오후 2시 30분. 먼저 달마산 중턱의 미황사로 향했다.

때아닌 한파가 몰아닥쳤지만, 꽃봉오리를 터뜨린 매화나무를 보니 '어김없이 봄은 오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일주문과 사천왕문, 자하루를 지나 계단을 오르니 보물 947호 대웅보전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병풍처럼 펼쳐진 기암괴석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대웅전은 말 그대로 고색창연한 기품이 넘쳐흘렀다.

창건 당시 화려한 색을 뽐냈을 단청은 오랜 세월 해풍에 씻겨 말간 나무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냈다.

1천년 넘게 풍파를 견디며, 수많은 불상처럼 우뚝 솟아 있는 기암괴석의 빛깔과 하나가 된 듯하다. 오랜 수행을 거쳐 해탈의 경지에 이른 노승의 모습 같기도 했다.

미황사 전경 [사진/전수영 기자]

미황사 전경 [사진/전수영 기자]

미황사는 1천270년의 역사를 지닌 사찰이다. 대웅전에서 700m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부도암 앞의 사적비에는 미황사 창건에 얽힌 이야기가 적혀 있다.

신라 경덕왕 때인 749년, 우전국(인도)에서 경전과 불상을 싣고 온 배가 달마산 아래 포구에 닿았다.

의조화상이 동네 사람들과 포구로 나가자 금인(金人)이 탄 배 안에서 검은 돌이 갈라지며 검은 소 한 마리가 나왔다.

부처를 모실 곳을 찾아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는 금인은 의조화상의 꿈에 나타나 "달마산 꼭대기를 바라보니 일만 부처가 나타나므로 여기에 부처님을 모시려 한다"라면서 "소에 경전과 불상을 싣고 가다 소가 누웠다가 일어나지 않거든 그 자리에 모시라"고 했다.

의조화상은 금인의 말에 따라 소가 처음 울며 누웠던 자리에 통교사를 짓고, 다시 울며 쓰러져 일어나지 못한 자리에 미황사를 지었다.

미황사의 미(美)는 소의 울음소리가 하도 아름다워서 따온 것이고, 황(黃)은 금인의 황홀한 색에서 따온 것이다.

해풍에 씻겨 나무 속살을 드러낸 대웅보전의 단청 [사진/전수영 기자]

해풍에 씻겨 나무 속살을 드러낸 대웅보전의 단청 [사진/전수영 기자]

◇ 미황사의 보물들

미황사 대웅전 주춧돌에는 게, 거북이, 문어 등 바다생물들이 새겨져 있다. 대웅전이 창건 설화에 등장하는 배를 상징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웅전 내부 천장에는 범어(산스크리트어)가 새겨져 있고, 대들보는 불상을 그린 벽화로 장식되어 있다.

지금은 보존처리를 위해 벽화를 많이 떼어낸 상태인데, 원래 곳곳에 그려진 불상이 모두 1천개라고 한다.

이곳에서 세 번만 절을 올리면 한 가지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1천분의 부처님 덕분에 세 번만 절해도 삼천배를 한 셈이 된다고 한다.

법당 가운데 삼존불 뒤에는 미황사의 또 다른 보물인 괘불(보물 1342호)이 보관되어 있다.

폭 5m, 길이 12m에 달하는 거대한 탱화로, 야외법회나 기우제 등 의례가 있을 때 법당 앞 괘불대에 내걸었다.

1992년에도 괘불을 걸고 기우제를 지냈는데 제를 지내고 서너 시간이 지나자 달마산으로 먹구름이 몰려와 폭우가 쏟아졌다고 한다. 지금은 매년 10월 괘불을 대웅전 앞마당에 걸고 괘불재를 지낸다.

미황사 자하루 한쪽 벽면을 장식한 '천불' [사진/전수영 기자]

미황사 자하루 한쪽 벽면을 장식한 '천불' [사진/전수영 기자]

대웅전 앞 누각 자하루에도 '천불'이 있다. 건물 내부의 한쪽 벽면에 모양이 제각기 다른 돌 1천개가 빼곡히 걸려 있는데, 다가가 자세히 보면 돌 하나하나에 부처님이 그려져 있다. 조병연 화가의 작품 '천불'이다.

영암에 사는 화가는 바닷가에서 주운 갖가지 모양의 돌에 부처님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돌부처가 1천300개가 됐다고 한다.

그중 1천개를 골라 자하루 바닥에 펼쳐놓고 전시했는데 방문객들의 반응이 좋아 아예 한쪽 벽면에 상설전시하고 있다.

돌 모양이 제각각이듯 부처의 표정도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다. 인간의 다양한 감정이 담겨 있는 듯하다.

◇ 낙조가 아름다운 절

대웅전에서 석축을 따라 올라가면 응진당(보물 1183호)이 나온다. 석가모니의 제자 중 아라한과(모든 번뇌를 완전히 끊어 열반을 성취한 사람)를 얻은 이들을 모신 전각이다.

내부 벽면에는 채색 없이 묵으로만 표현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사찰 벽화로는 드물게 수묵화 기법으로 그려진 이 벽화는 미술사적으로도 가치가 높다고 한다.

해 질 녘 응진당 마당으로 나와 아래를 내려다보니 또 한 폭의 수묵화가 펼쳐졌다.

절집 기와지붕 너머로 보이는 바다 위에 섬들의 고운 능선이 겹겹이 굽이친다. 뉘엿뉘엿 지는 해가 하늘과 섬, 바다, 그리고 절집을 아련한 붉은 빛으로 물들인다.

낙조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으니 저녁 예불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섬으로, 바다로, 바위 봉우리로 번져가는 마지막 햇살의 은은한 빛깔이 범종 소리와 함께 마음속으로 파고들었다.

미황사의 낙조 [사진/전수영 기자]

미황사의 낙조 [사진/전수영 기자]

◇ '퇴락한 옛절'에서 '땅끝의 아름다운 절'로

미황사는 '땅끝의 아름다운 절'로 명성이 높지만 30년 전까지만 해도 폐사나 다름없이 방치된 퇴락한 '옛절'이었다고 한다.

미황사 주지인 금강 스님은 "고려 시대에는 12개의 암자를 거느린 대형 사찰이었고, 조선 중후기까지만 해도 스님 400여명이 있던 큰 절이었지만, 120년 전쯤 사찰 재건을 위해 스님들이 배를 타고 완도와 청산도로 시주 길에 나섰다가 풍랑을 만나 침몰하면서 급격하게 쇠락했다"고 말했다.

1989년 스님이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전통적인 사찰 건축 양식을 가진 건물은 두 동뿐이었다고 한다.

당시 3년간 이곳에 머물면서 직접 지게를 지고 돌을 나르며 절을 가꿨던 스님은 2000년 주지로 부임했고, 20채 넘는 중창 불사를 통해 쇠락한 절을 아름다운 절로 탈바꿈시켰다.

해풍에 씻겨 속살을 드러낸 대웅보전의 단청 역시 부침을 겪었던 미황사의 세월이 그대로 담긴 것이다.

스님은 "정유재란 때 불타 재건된 대웅전이 1824년 마지막 단청을 한 이후 미황사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면서 "스님들이 머물 집도 부족한 상태에서 단청까지 할 형편이 안 돼 지금에 이르렀는데 덕분에 고색창연함을 간직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미황사 대웅보전 [사진/전수영 기자]

미황사 대웅보전 [사진/전수영 기자]

◇ 벼랑 끝 신비스러운 암자 도솔암

미황사를 방문했다면 도솔암도 빼놓지 말고 들러보자.

달마산에서도 가장 가파른 바위들이 최고의 절경을 선사한다는 도솔봉에 자리 잡은 조그만 암자다.

미황사를 창건한 의조화상이 도를 닦으며 낙조를 즐겼던 곳이라고 한다.

벼랑 끝 바위 사이에 절묘하게 자리 잡은 암자는 산 밑에 펼쳐진 다도해와 함께 신비로운 풍광을 선사한다. 구름이라도 끼인 날이면 마치 구름 속에 떠 있는 듯 선경의 세계 와 있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미황사에서 달마고도를 따라 1시간 30분가량 걸으면 도솔암에 도달할 수 있다.

왕복 3시간의 산행이 부담스럽다면 도솔암 직전 능선까지 난 도로를 타고 차로 이동한 뒤 800m가량 걸으면 된다. 길은 험준하지만, 발길마다 펼쳐지는 절경이 이를 보상하고도 남는다.

도솔암 [사진/전수영 기자]

도솔암 [사진/전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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