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땅끝 마을 미황사 자하루미술관에 한국화가 조병연 작가의 ‘천불(千佛)’이 영구 설치됐다.
조병연 작가는 지난 1년간 주변의 평범한 돌 1,000개에 간절한 마음을 담아 부처를 그리는 천불을 제작해 왔다. 크기와 모양, 색이 각각인 1,000개의 돌부처는 미황사의 아름다운 전각이자 방학이면 한문학당이 열리는 교육공간이며 때로는 공연장과 미술관이기도 한 미황사 자하루에 지난달 설치됐다.
조 작가의 천불이 자하루미술관에 설치되기까지는 미황사 금강 주지스님의 역할이 컸다. 평소 금강주지스님은 불교의 불법은 물론이고 불법의 전통과 문화예술을 수호하고 후대에 전달하는 것이 오늘날 사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전통을 수호하는 것은 단지 옛것을 지키는 것 뿐 아니라 오늘날 동시대 문화예술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이시대의 예술 역시 전통불교문화예술과도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전시 이후 작업실로 돌아갈 뻔한 조 작가의 천불은 금강 주지스님의 배려로 자하루미술관에 영구히 남게 됐다.
작가는 지난해 행촌문화재단이 추진한 풍류남도 아트프로젝트 ‘해남. 천년의 시간이 머무는 곳 전시에 출품하기 위해 1,000개의 이름 없는 돌에 천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고대 고인돌부터 근현대 인문 유산이 다양하게 산재한 해남에는 대흥사 천불과 미황사 대웅전에 빼곡하게 벽화로 자리 잡은 천불이 있다. 작가는 지난해 3월부터 남도의 다양한 천불에서 받은 영감을 1,000개의 작고 평범한 돌에 작가 특유의 천진함과 소박한 마음으로 새겼다. 8월말까지 이어진 작업은 한여름 무더위 속 고행길이나 다름없었지만 공을 들이는 마음은 한결 같았다.
이렇게 완성된 돌부처는 좌불, 와불, 서 있거나 날아가는 부처, 평온하거나 고뇌에 찬 부처, 행복한 부처, 마음 아픈 부처 등 모양도 표정도 제각각이다.
행촌문화재단 관계자는 “미황사 자하루미술관에 설치된 천불은 불교미술 역사상 작가가 알려진 유일한 천불일 것”이라며 “사찰전체가 천불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운주사를 비롯해 대흥사에도 국보급 천불전이 있으나 대부분 사찰불사로 조성되어 불상을 제작한 장인의 이름은 전해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풍류남도 아트프로젝트는 전남문화관광재단의 남도특성화기획사업으로 행촌문화재단 행촌미술관에서 추진했다. 올해 세 번째로 진행하고 있으며, 해남의 산과 들이 품고 있는 문화유산과 아름답고 풍요로운 해남 일원의 자연유산을 대상으로 예술활동을 펼치는 프로젝트다.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총 7개의 전시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개최됐으며, 전시에 참여한 예술가는 총 57팀(72명), 출품된 작품은 총 1,576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