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7-10-17 13:18
산사음악회- 불교신문 07.10.13일자
 글쓴이 : 길상화
조회 : 6,033  

산사음악회


전국 여러 사찰에서 연례행사처럼 자리잡은 절집의 새 풍속도 산사음악회가 깊어가는 이 가을을 끝자락으로 마감할 모양이다. 산 속에 고즈넉하게 자리한 절을 말하는 어휘 산사(山寺)부터가 정감어린 형상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그 산사에서 화음의 선율이 흐르는 아름다운 정경 하나를 더 곁들였으니, 그윽한 곡부로 표현할 수 밖에 없다. 바로 산사음악회다.

지난 추석 무렵 강원도 양양 낙산사에서 열린 산사음악회가 텔레비전 전파를 타는 것으로 올 가을 처음 산사음악회가 소개되었다. 그리고 오는 27일 전남 해남 땅끝마을 미황사에서 괘불재(掛佛齋)를 겸한 산사음악회가 열린다는 뉴스를 신문에서 읽었다. 이들 남 북단의 두 절 사이에 지난 6일 경북 봉화 청량사와 10월13일 경주 불국사가 산사음악회 날짜를 잡았다. 불국사 산사음악회는 월산 큰스님 10주기 추모예술제 형식으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이제 절기는 바야흐로 계추월(季秋月)이다. 한로(寒露)와 상강(霜降)이 다 끼어 들어간 이 달은 기러기가 날아들고, 국화꽃이 노랗게 피는 계절이기도 하다. 벌레가 땅 속으로 숨어들어 강산은 적막하고, 밤은 더욱 길어진다. 해남 미황사에서 산사음악회가 열릴 쯤이면, 당시(唐詩)의 한 시구처럼 가을달이 아직은 휘엉청하겠지…. 그렇듯 교교천상월(皎皎天上月)한 달밤의 산사음악회에 가식을 덧댄 무대가 어찌 필요하겠는가.

이 자리에는 깔끔하게 정제(整齊)된 목소리보다는 장사익 같은 토종 소리꾼이 나오면, 더욱 좋다. 산사음악회 여기저기서 부르는 그의 노래는 백만 사람들 가슴 속에 서린 시름을 덜어준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금새 울음을 터뜨릴 듯한 소리꾼 표정을 더듬어 청중이 먼저 울어 버리는 그런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나서 별로 귀에 설지 않은 재즈뮤지션과 해금 등이 어울려 산사의 밤을 휘 젖으면, 모든 이들의 가슴이 후련할 수도 있다. 이는 차츰 자리를 잡아가는 요즘 산사음악회의 매력이다. 찬서리가 내리는 절 마당에서 옷깃을 여미고 듣는 소리공양에는 산사의 낭만이 넘치거니와, 마지막 가는 관조(觀照)의 가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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