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2-06 11:21
1.7평 독방에서 나를 만나다
 글쓴이 : 금강
조회 : 1,406  
   http://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2/05/20160205… [8]

 

[Why] 1.7평 독방에서 ''를 만나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2/05/2016020501928.html


[조선일보 권순완 기자의 라르고]

강원도 홍천수련원 56일간의 '나홀로 수행' 체험기

 

스님이 경쇠를 채로 치자 '삐잉' 하고 맑은 소리가 울렸다. 좌복(坐服·불가에서 쓰는 방석)에 앉아 있던 수행자들이 가만히 허리를 폈다. 마주 앉은 스님이 입을 뗐다.

 

"수류(水流). 강에 흐르는 물이 지나쳐 온 꽃밭을 아쉬워합니까. 예쁜 노루와 나눴던 입맞춤을 그리워합니까. 아니면 나중에 웅덩이에 맴돌까봐 걱정합니까. 물은 새로운 것을 만나며 그저 흐를 뿐입니다. 생생하게 흐릅니다." 좌중의 안색이 연꽃 봉오리처럼 펴질 듯했다.

 

일요일인 지난달 24일 오후 2시 강원 홍천군 용수리에 있는 홍천수련원에 '수행자' 8명이 모였다. 30세인 기자를 제외하면 다들 40대 이상이었다. 홍천 기온이 영하 19도까지 내려갔고 제주도엔 1m 넘게 눈이 쌓였다고 했다. 폭설과 강풍으로 여행객 8만명이 제주도에 발 묶여 있었다.

 

그날 이들은 자기 돈을 내고 스스로 한자리에서 묶으러 왔다. 멀리는 전남 해남에서 왔다. 78일간 좁은 독방(獨房)에 갇혀 '무문관(無門關)' 수행을 하려는 것이었다. 무문관이란 출가한 스님이 절방에 홀로 들어가 밖에서 문을 잠그고 길게는 수년간 나오지 않고 화두(話頭)에 정진하는 걸 뜻한다. '아마추어 수행자' 8명 중 불자(佛子)6명이었다. '행복공장'이 운영하는 이 참선 프로그램에 무교(無敎)인 기자가 56일간 참여했다.

 

이날 오후 130분 홍천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려 수련원에서 나와 기다리던 차에 올라탔다. 차 안에는 아담한 키의 중년 여성이 한 명 앉아 있었다. 목례를 하고 옆자리에 앉았다. 검은색 점퍼를 입은 그는 배낭을 끌어안고 있었다. 입을 앙다물고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동승해 이동하는 20분이 적막했다. 차창 밖 홍천강이 허옇게 얼어 있었다.

 

1.7평 독방에 일주일간 갇히다

 

수련원에 닿아 군청색 수련복으로 갈아입고 이름 위에 '160117205'이라고 적힌 명찰을 왼쪽 가슴에 달았다. '1601''()층 독방 20161'이며 '17205''17번째 정규 프로그램 205호실'을 뜻한다. 거울을 보니 흡사 수의(囚衣)였다. 우선 강당에 빙 둘러앉아 돌아가며 간단히 자기소개를 했다. 다 같이 산책을 나가 두껍게 언 개천 위에서 눈을 보도독 보도독 밟았다. 주위 구릉에 회갈색 사시나무 숲이 둘러서 있었다.

 

현대식 콘크리트 건물인 숙소동엔 옷가지, 세면도구, 필기구와 손목시계 정도만 들고 갈 수 있었다. 휴대전화는 물론 책도 반입할 수 없었다. 다른 모든 소지품은 사물함에 보관해야 했다. 전기 면도기는 "소리가 다른 사람 수행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1층에는 강당과 샤워실, 2·3층 중앙복도 양쪽에 1.7평짜리 독방 28개가 배치돼 있었다. 산책과 오리엔테이션에 이어 강의를 듣고 샤워를 마치자 사위가 새카매졌다. 205호실에 들어가 있는데 복도의 괘종시계가 오후 8시를 알렸다. 누군가 밖에서 놋쇠그릇 같은 것을 나무 채로 세 번 때리는 소리가 났다. 동시에 누군가 방의 잠금장치를 밖에서 돌려 문이 '' 소리를 내며 잠겼다. 이제 금방 밥을 먹었는데 '' 소리에 허기가 졌다.

 

직사각형 방은 길이로 다섯 걸음, 너비로 두 걸음이면 끝이었다. 법명으로 불광월(佛光月)을 쓰는 한 여성 수행자(63)"보통 '나무아미타불' 여섯자를 외는 육자(六字) 염불로 수행해 왔는데 독방에서 몸도 풀 겸 한 걸음에 한 자씩 외면 딱 좋았다"고 말했다. 방 안에는 앉은뱅이 탁자와 플라스틱 옷장, 붙박이 이불장이 있었다. 세면대와 수세식 변기도 방마다 있었다. 변기는 커튼으로 가릴 수 있었다. 창문은 가로 80세로 2m 정도로 탁 트여 있었다. 그러나 안전상의 이유로 창문은 15정도밖에 열리지 않았다. 흰색 벽지로 도배된 방은 허전하고 막막한 느낌을 줬다.

 

첫날과 마지막날을 제외하고 하루 일과는 동일했다. 오전 6시가 되면 방송으로 5분간 오르골 음악이 울렸다. 익숙한 멜로디는 일본 작곡가 히사이시 조의 '인생의 회전목마'였다. 108배를 인도하는 남자의 음성이 40분간 계속되는 '108배 방송'을 들으며 108번 절을 했다. 오전 8시엔 문 아래쪽 가로 40세로 30크기의 여닫이 배식구로 아침 식사가 들어왔고, 오후 1230분엔 점심과 저녁을 함께 줬다. 밥과 국은 공기에, 찬은 플라스틱 통에 담겨 들어왔다. 오후 3시가 되면 방문을 열어줬는데, 원하는 사람에 한해 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50)의 참선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1~2시간 걸리는 강의가 끝나면 샤워실에서 씻고 다시 독방으로 들어갔다. 이틀째부터는 오후 6시에 방문이 또 잠겼다. 정해진 취침시간은 없었다. 옆방 코 고는 소리를 듣다보면 잠이 잘 왔다.

 

108배 통증넷째날부터 아프지 않아

 

둘째날 아침 생전 처음 해본 108()는 아팠다. 금강 스님은 "절할 때는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자기 몸에만 집중하라"고 했는데, 실제 온몸이 아파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우선 무릎을 펴고 접을 때 '짜자작' 소리가 나며 아팠다. 허리와 발목도 아프고 이마를 자꾸 좌복에 찧으니 머리에 피가 몰렸다. 마지막 절을 올리면서는 '나를 힘들게 한 모든 사람'의 복()을 기원했다.

 

108배의 후과(後果)는 셋째날에야 나타났다. 온몸이 쑤셔 가만히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불교에서 절은 신체의 다섯 군데(양 무릎·양 팔꿈치·이마)를 땅에 닿게 해 '자신을 무한히 낮춘다'는 의미가 있다.

 

대기업 임원을 퇴직한 수행자 박모(55)씨는 절 통증 때문에 셋째날엔 스님 앞에 앉아 있어도 강의가 귀에 안 들어오고 참선도 안 됐다절 통증은 다시 절로 푸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계획에 없던 절만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8일 동안 5000배를 넘겼다고 했다. 실제로 넷째날부터는 절을 해도 별로 아프지 않았다. 참선 중에 드는 망상을 절로 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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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은 예상했지만 둘째날 저녁식사를 받았을 때는 착오가 있나 싶었다. 플라스틱통 뚜껑을 여니 오이 4조각, 파프리카 4조각, 고구마 반 개, 바나나 반 개가 전부였다. 이튿날 저녁은 당근과 브로콜리, 바나나였다. 아침엔 매일 죽만 나왔다. 그런데 뜻밖에도 셋째날부터는 시장기를 느낄 수 없었다. 수행을 마칠 무렵엔 오후 특식으로 나온 떡 두 덩어리에 배가 차기도 했다. 법명 무아행(無我行)을 쓰는 60세 여성은 배가 차면 참선에 방해가 돼 화두 삼매(三昧)에 빠졌던 수요일은 아예 단식하고, 그 전후엔 밥 대신 죽 3분의 1공기만 먹었다고 말했다. 법명 벽운(碧雲)을 쓰는 49세 여성은 수행하는 동안 절 3000배를 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밥심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초보 수행자는 세면서 참선

 

무문관 수행은 간화선(看話禪)의 극치다. 간화선은 여러 번뇌에 둘러싸인 참 나의 모습을 깨닫기 위해 화두를 들고 참선하는 수행법이다. 화두는 어지간해서는 의미를 잘 알 수 없다. 예컨대 한 제자가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물었을 때 그 스승이 마른 똥 막대기니라고 답하는 식이다. 초보 수행자에게는 수식관(數息觀) 수행으로 번뇌를 몰아내는 것이 우선 과제였다. 수식관이란 호흡에 맞춰 속으로 숫자를 세는 참선 방법이다. 수를 세는 동안 잡생각이 들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집중력이 길러진다고 했다.

 

초반엔 내적 사상(思想) 투쟁을 겪었다. ‘유능해지면 좋겠다’ ‘집을 사고 싶다같은 욕심이 번뇌라면, 왜 그것을 버려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불교의 가르침은 허무주의처럼 느껴졌다. 마침 금강 스님이 청산을 감싼 흰 구름을 불어내듯 번뇌를 걷어라고 가르친 것을 두고 스님, 제 번뇌는 청산을 감싼 구름이 아니라 사과를 감싼 껍질과 같아서 저 자신과 하나입니다고 대꾸했다. 스님은 이렇게 하교(下敎)했다


최광연 16-02-09 10:03
답변 삭제  
* 비밀글 입니다.
이재숙 16-02-11 10:00
답변 삭제  
금강스님

조선일보에  강원도  홍천  행복공장  무문관수행  글을  읽었습니다
한자  한자  빼놓지않고  정성스럽게요
수행을  한다하면서도
무문관 수행은  뭔가  크게 생각했습니다
기사를  접하면서
시간을내어  온전히  나만의시간을  가지리라  맘먹습니다
항상
스님의  가르침  새기면서
새롭게  하루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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